알파고의 아버지는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사나이'
[인간 對 인공지능 두뇌전쟁]
게임·컴퓨터·뇌과학 모두 섭렵한 딥마인드 CEO 허사비스
- 컴퓨터·게임 미쳤던 英천재소년
그리스계 父·싱가포르계 母… 13세때 세계소년 체스대회 2위, 두뇌게임 올림픽 5년연속 챔피언
- 뇌과학에 빠져 인공지능 제작
'기억·상상, 뇌부위 같다' 밝혀내… 2007년 세계10대 과학성과 뽑혀
딥마인드 창업해 6000억원 대박
- "인공지능, 이제 사다리의 첫 단"
"이건 21세기 아폴로 프로그램… 잠재위험 제거하는 연구도 필요"
1989년 13세 영국 소년이 세계 소년 체스 대회에서 2위에 올랐다. 그가 유일하게 패한 상대는 나중에 사상 최고의 여성 체스 선수가 된 헝가리 출신의 유디트 폴가였다. 그리고 2016년. 우주 전체의 원자 수보다 경우의 수가 더 많아, 체스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복잡하고 어렵다는 바둑에서 27년 전 그 소년의 '아들'이 세계 최강자를 눌렀다. '알파고의 아버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40) CEO(최고경영자) 이야기다. 웹(WWW)의 창시자인 팀 버너스-리는 허사비스를 "지구라는 행성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허사비스는 어떤 인물인가.
◇게임 개발자에서 뇌과학자로
허사비스는 1976년 런던에서 그리스계 아버지와 싱가포르계 어머니 사이 2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부모는 기계라면 질색하는 사람들이었고, 동생들은 모두 작곡과 피아노, 문학 등 과학과 무관한 분야를 전공했다. 하지만 그는 '컴퓨터'라는 기계를 끼고 살았다. 스스로 "집에서 나는 검은 양과 같은 외계인이었다"고 했다.
소년 천재 허사비스는 남들보다 2년 빠른 15세에 고교를 졸업했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게임 개발사에 들어갔다. 세계적인 게임 개발자 피터 몰리뉴가 그를 데려간 것이다. 그곳에서 전 세계에서 수백만개가 팔린 시뮬레이션 게임 '테마파크'를 개발했다.
테마파크로 명성을 날리던 허사비스는 돌연 회사 생활을 접고 케임브리지대학 컴퓨터과학과에 진학한다. 22세에 졸업한 그는 직접 게임회사인 일릭서 스튜디오를 차렸다. 그 사이 세계 두뇌 게임 올림픽인 '마인드 스포츠 올림피아드'에서 5년 연속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2005년 그는 스스로 회사를 폐업했다. "거대 게임사가 장악한 시장에서 독립 게임 개발사가 혁신을 지속할 여지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그는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뇌과학을 연구한다. 그곳에서 기억과 상상이 뇌의 같은 부위에서 형성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고로 뇌 해마가 손상돼 기억상실에 빠진 환자는 가상의 사건을 상상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 연구는 2007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의 '세계 10대 과학 성과'에 뽑혔다. 2009년 뇌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해 게임 산업에 기여한 공로로 영국예술협회 회원으로도 뽑혔다.
게임과 컴퓨터, 뇌과학 세 가지 무기를 장착한 그는 마침내 2011년 뇌를 모방한 컴퓨터 시스템인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 딥마인드를 창업했다. 회사는 3년 뒤 구글에 인수됐다. 인수 대금은 6000억원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도 구글보다 먼저 인수전에 나섰으나 고배를 들었다.
◇인공지능의 위험 막는 노력도 필요
허사비스 대표는 지난해 인공지능에 1970~1980년대 유행한 비디오게임 데이터를 학습시켜 사람을 압도했다. 인공지능으로 게임에 도전하는 이유에 대해 "인공지능이 배울 수 있는 데이터가 많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재미가 있다"고 했다. 그가 게임광인 점도 작용했다. 이 점에서 바둑은 그에게 최고의 도전 대상인 것.
물론 그의 목표는 게임왕이 아니다. 지난 8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알파고는 하나의 전문가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바둑이라는 한 가지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다방면에서 뛰어난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을 목표로 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지구에 대한 엄청난 데이터를 학습해 온난화를 해결할 방법을 찾거나, 가정에서 사람이 시키는 일을 다 할 수 있는 로봇의 머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증상과 병력을 말하면 인터넷상 의료정보 수십억건을 뒤져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하는 일도 가능하다. 그는 이를 "21세기의 아폴로 프로그램"이라고 불렀다. 지난 9일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첫 대국에서 이긴 직후 트위터에 "승리!!!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는 글을 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바둑에서 인간을 이기자 머지않아 컴퓨터가 사람을 지배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전기차업체 테슬라와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처럼 과학기술에 능통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허사비스 대표는 이에 대해 "인공지능은 이제 사다리 첫 단을 밟은 정도"라며 "모든 면에서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하는 것은 수십년 뒤의 일"이라고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하지만 그 역시 인공지능의 악용 가능성에 대한 사전 논의는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인공지능의 잠재적인 위험을 제거하고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공개 서한에 서명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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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m.news.naver.com/hotissue/read.nhn?sid1=105&cid=1037784&iid=1397497&oid=023&aid=000315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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