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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농구지식

농구도 합법적인 길막기 : 스크린

by 곰돌원시인 2016.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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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도 합법적인 길막기가 있다!!

리 버드, 클러치 슈터 레지 밀러의 3점슛, 정상급 중거리 슈터 리차드 해밀턴, 최고의 득점기계 앨런 아이버슨. 이들의 가공할 만한 득점포는 수많은 NBA 팬들을 울리고 웃겨왔고, 인기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그 뒤에는 묵묵히 그 찬스를 돕기 위해 일해온 이들이 있다. 바로 스크리너(screener)가 그들로, 한번의 동작으로 스타들의 찬스를 도와왔다.​


​스크린의 탄생

​​“스크린은 농구 경기 중에서 공격자가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진로 방해 동작이다”

2002년 울산 모비스에서 최희암 감독을 보좌한 바 있는 원로 농구인 이우재(76)씨는 스크린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얼마 전 미국 대학농구 최다승을 기록한 대학농구 감독의 전설, 바비 나이트는 또 “스크린은 모든 농구 경기에서 가장 과소평가 받는, 그러나 현대 농구에서 빠질 수 없는 최고의 팀 플레이이다”라고 설명한다. 모션 오펜스를 즐겨 사용했던 그는 한때 매 공격에서 최소 2번 이상의 스크린을 사용했고, 한 명의 슈터를 위해 세 번의 스크린도 불사했다.

스크린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수비 지침서 의 저자, 델 해리스 (현 댈러스 매버릭스 코치)가 자신의 저서에서 했던 말을 인용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상대와의 부당한 접촉 없이 상대가 원하는 위치로 이동하는 것을 지연(delay)시키거나, 방지(prevent)하는 적합한 행위”

또 농구전문가 딕 바이텔은 ​​“드리블러나, 예정된 리시버(패스를 받는 사람)를 편하고 자유롭게 만드는 동작”이라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스크린은 언제부터 행해진 것일까? 사실, 스크린이 언제, 어떻게 도입되었다는 문헌적 자료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 점프슛, 패스, 혹은 농구 규정 등은 국내외에서 활발히 소개되고 연구되어 왔지만, 대부분의 원로 농구인들은 그 시기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한국에 도입된 시기만 해도 엇갈리는 증언이 많았다. 그 사실만 기억할 뿐이다. 그래서 그들의 농구를 배운 시대를 조금씩 거슬러 올라갔다.

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을 금메달로 이끈 방열 현 경원대 사회체육대학원장은 “미국 서부쪽에서 생겨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동부는 기브-앤-고(Give-And-Go)를 이용한 대쉬(dash) 플레이를 선호했고, 서부쪽에서 스크린 플레이를 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회고했다. 현재 70~80세의 국내 원로농구인들이 농구를 배웠던 40~50년대에도 스크린이란 개념이 존재했던 것을 미루어 유추해볼 때 미국에서는 이보다 훨씬 이전인 20~30년대로 볼 수 있다. 69년 한국 농구 사상 첫 ABC대회, 아시안게임 우승을 이끌었던 김영기 전 KBL 총재는 “상대 수비수가 우리 공격자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개념의 스크린 블록(screen block)은 예전부터 존재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 스크린이 왜 생겨난 것일까?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전술적인 개념이다. 공격과 수비는 서로 상호보완적인 작용을 하면서 현대 농구를 발전시켜왔다. 슛을 점프하여 쏘게 되자 수비수들도 새로운 수비방법을 생각해냈고, 픽-앤-롤이 등장하자 이를 막기 위한 다양한 수비전술이 생겨났다. 맨-투-맨과 지역방어로도 막을 수 없는 남자가 등장하자 이를 혼용한 수비 작전이 탄생했다. 스크린도 득점원들이 계속해서 막히게 되자 이를 커버하기 위해 합법적으로 도입된 방해동작이었다.

둘째는 흥미를 위해서이다. 농구원로 염철호씨는 “예전에는 키 큰 사람이 있는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공격이 성공되면 다시 바로 상대의 공격이 이어지는 게 아니라 센터서클로 와서 점프볼로 공격권을 따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퍼펙트 게임(Perfect Game)도 많았다. 그랬던 것이 재미를 반감시키니까 규정이 변경되었다. 스크린도 마찬가지이다. 계속해서 상대가 막으니까 점수가 안 났고, 그러니 재미가 없었다. 공격자를 살리고자 하는 의도에서, 더 나아가서 농구의 흥미를 배가시키려는 의도로서 스크린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농구경기에서 스코어러(scorer)의 드리블이 허용되고, 원 핸드 점프슛이 탄생하고, 투 맨 게임이 활성화되면서 전술적 개념으로서의 스크린이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스크린 플레이는 지역방어가 프로농구에서 사라지면서 활성화되었다. 또 커팅과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득점의 3대 요소 (개인기, 커팅, 스크린)로 자리 잡았고, 국내에서는 고려대학교와 삼성전자가 시저스 컷(Sciccors Cut)을 대표적으로 활용해갔다. 또 국가대표팀에도 김인건 현 KBL 경기본부장에 의해 신동파, 이충희 등의 슈터들을 살리기 위해 사용되었으며, 이 때 신선우와 임정명은 최고의 스크리너로 평가 받았다. 특히 신선우는 스크린을 해주고 빠진다거나, 여기서 연계되는 동작에 있어서 최고의 선수로 인정 받았다는 것이 농구인들의 전언이다.

사실, 스크린의 종류나, 스크린이 활용된 전술, 이를 커버하기 위한 수비전술에 대해 쓰자면 100페이지도 모자란다. 이제는 “스크린이 없으면 농구가 안 된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훌륭한 스크리너들

그러나 스크린은 골 밑에서의 박스-아웃 만큼이나 중요하면서도 종종 간과되는, 또 팬들 사이에서 인정 받지 못하는 동작이다. 최인선 엑스포츠 해설위원은 “칼 말론과의 2대2 플레이에서 존 스탁턴의 패스가 빛날 수 있었던 건 말론의 득점력도 있지만, 적시적소에 스크린을 서주고, 또 빠져주는 말론의 노련함도 있었기 때문”이라 말한다.

스크린은 쉽고도 어려운 동작이다. 연세대 감독을 맡았던 박건연 감독은 “프로선수들임에도 불구하고 스크린에 대한 개념과 기본기가 부족한 선수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스크린은 단순히 서있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어디로 가서 어떤 방향으로 서줘야 수비수가 그 블록(block/벽)에 걸릴 지, 공격자가 편하게 움직일 수 있을 지, 다른 공격자들이 편하게 후속 움직임을 할 수 있을 지를 철저히 연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그렉 포포비치 감독이 이끄는 샌안토니오 스퍼스, 제리 슬로언 감독이 이끌던 90년대의 유타 재즈, 90년대의 뉴욕 닉스, 래리 브라운 감독이 이끌던 인디애나 페이서스와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프린스턴 오펜스 시대의 새크라멘토 킹스 등은 본 받을 점이 많은 팀이다. 이들은 스택(stack), 컬(curl), 플레어-아웃(flare-out) 등 다양한 전술로 득점원을 살려왔다.

리차드 해밀턴에게 기회를 만들어줬던 벤 월러스, 앨런 아이버슨을 위해 스크린을 서줬던 디켐베 무톰보, 조지 린치, 타이론 힐 등도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팀 승리를 도운 블루 칼라 워커들이다.

레지 밀러도 선수 경력내내 릭 스미츠,데일 데이비스와 같은 스크리너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한동안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의지와, 자신의 가진 실제 실력의 높이를 맞추는데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통산 39.5%의 3점슛 성공률과 통산 최다 3점슛 성공기록(2,560개)을 갖고 있는 선수로 성장하기까지, 그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배운 것을 반복했다. 바로 볼이 없을 때의 움직임과 외곽슛이 그것이다. 90년대 중반 래리 브라운 감독 취임 후 그 완성도가 극에 달했던 움직임은, 빅 맨들의 역할도 중요했다. 데일 데이비스든, 릭 스미츠든, 선수 경력 막바지의 제프 포스터든, 그는 빅 맨들의 체격을 잘 활용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고, 또 그들에게 그것을 요구했다.

반대로 대니 폿슨, 브랜든 헤이우드, 레지 에반스를 비롯해 몇몇 경험이 부족한 어린 신인들은 이 스크린 하나 때문에 감독들을 골치 아프게 한다. 스크린을 서줄 자리를 못 잡거나, 타이밍을 놓쳐 전술상의 흐름을 깨고, 혹은 스크린을 서주다가 공격자 파울을 범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감독들이 농구 I.Q 를 고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운동능력은 가능성을 말해주지만, 전체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은 작은 스크린 기회를 잘 사용해서 효과적으로 2점을 따내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슬로언 감독이 한동안 팀 플레이어로서의 안드레이 키릴렌코를 호되게 꾸짖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렇다면 ​​좋은 스크리너는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을까?

최인선 위원은 “​​스크리너는 우직해야 한다. 정말로 ‘벽’이 되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상대 수비수의 도발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최우선 조건을 말한다. 그 다음은 후속 동작이다. 롤, 슬립, 팝-아웃 등 자신의 장기와 감독의 요구에 따라 확실히 움직여야 한다. 스크린을 해놓고도 빨리 빠져주지 않아 오히려 수비수를 편하게 해주는 스크리너들도 많다.

그는 스크린을 받는 입장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드웨인 웨이드는 데뷔 초기만 해도 스크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스크린을 받기 이전의 컷 동작에서는 확실히 수비수를 떨궈낼 수 있는 훼이크가 필요하다. 밀러나, 리차드 해밀턴, 레이 앨런은 슛 동작도 확실하고 스피드와 밸런스도 탁월했지만, 다양한 훼이크 동작으로 수비수를 머리 아프게 했다. 웨이드는 초반만해도 ‘안 하느니 못한’ 커팅으로 수비수를 쏠리게 만드는 실수가 잦았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인적인 운동능력으로 득점을 뽑아냈지만 실패했을 때 역습을 당한 일도 있었다.


​​스크린 수비하기

최근에는 스크린 플레이를 가장 잘 방어하는 팀이 우수한 수비팀으로 평가 받고 있다. 2대2 플레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팀들을 보면 대체로 수비가 약한 팀이고, 역시 약체팀인 경우가 많다. 댈러스 매버릭스, (과거의)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샌안토니오 스퍼스 등은 컷 하는 선수의 맥을 잘 끊거나, 스크린 후 후속 동작을 절묘하게 막는데 일가견이 있다. 반대로 발이 느린 마이애미 히트나 보스턴 셀틱스 등은 이런 수비에 약하다.

스크린 수비는 크게 두 개 – 스크리너에 대한 수비, 스크린을 받는 자에 대한 수비로 나눌 수 있다. 스크리너에 대한 수비는 스위치로, 후자에 대한 수비는 파이트, 백, 슬라이드 쓰루 등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전술적인 움직임으로는 헷지 앤 리커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로버트 패리시, 빌 카트라이트, 찰스 오클리 등은 모두 수준급 스크리너이자, 스크린 수비수였고, 최근에는 팀 던컨, 케빈 가넷, 벤 월러스 등이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또 마이클 핀리, 에디 존스, 게리 페이튼, 스카티 피펜, 브루스 보웬, 첸시 빌럽스, 조쉬 하워드 등도 ‘도박’보다는 정석과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팀 수비에 기여했다.

최인선 위원은 “팀 던컨, 케빈 가넷, 벤 월러스 등이 우수한 수비수로 평가 받는 이유는 단순히 기록이나 대인방어 능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은 우수한 스크리너이면서도 도시에 스크린을 막는데도 일가견이 있다. 그 큰 키에도 불구하고 기동력이 있기에 공격적으로 수비를 할 수 있었다. 또 도움 수비를 나간 뒤에도 재빨리 리커버리해서 자기 수비수를 막는 능력도 뛰어나다. 가끔 NBA든 KBL이든 스타급 빅 맨들이 스크린을 귀찮아하거나 게을리해서 공격을 망치거나, 수비에서 어중간한 자세를 보여 희생양이 될 때가 많다” 고 평가했다.

한편 스크린시 나오는 파울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불문하고 대개 비슷하다. 스크린을 서주는 선수의 경우, 리시버나 드리블러를 방해하는 수비자들이 통과하지 못하게 막다가 그만 밀어서 공격자 파울을 범할 때가 많다. 또, 리시버나 드리블러를 막는 선수의 경우는 스크린을 통과하려다가 스크리너를 밀거나, 감고 도는 경우가 많아 수비자 파울을 지적 당할 때도 있다.

슛, 패스, 리바운드만큼이나 가치 있는 작업이 바로 스크린이다. 그렇지만 스크린은 박스-아웃처럼 숫자로 기록되지 않는 작업이기도 하다. 팀 승리를 위해, 더 재미있고 매끄러운 작전 수행을 위한 작업인 스크린. 이제는 그 작업에 더 열중해서 본다면 어떤 선수들이 더 팀 플레이를 잘 펼치는 지 아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출처] http://jiniya11.tistory.com/m/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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