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40주년 - 지금의 애플을 만든 10개의 위대한 제품
40년 전 만우절에 거짓말같이 태어난 회사가 있다. 바로 애플이다. 이후 40년 동안 애플은 다양한 제품을 판매했는데, 물론 그중에는 성공한 제품도 있고 조용히 묻힌 제품도 있다. 애플의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그 중 성공 여부를 떠나 애플과 IT 산업에 큰 영향을 줬던 제품을 뽑아봤다.
애플 IIc (1984)
(사진 출처: 위키백과)
애플은 1976년 창립했고, 처음으로 만든 제품은 애플 I이었다. 하지만 애플의 1차 부흥기를 이끌어낸 제품은 창업 이듬해인 1977년에 발매된 애플 II다. 애플 II 라인은 마지막 모델이 1993년에 단종했을 정도로 장수했지만, 그 중 특히 1984년에 나온 IIc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IIc는 잡스가 영입한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하르트무트 에슬링어(Hartmut Essligner-프로그 디자인)가 창조한 ‘스노우 화이트(Snow White) 디자인 언어’가 처음으로 채용됐다. 당시 검은색이 대부분이었던 외장의 색을 하얀색으로 바꾸고, 직선의 패턴만을 사용해 컴퓨터의 크기가 작아 보이도록 했다. 최소한의 표면 텍스쳐, 2mm 두께의 얕은 수평 및 수직 라인, 유선형의 모서리, 흰색과 올리브빛 회색 명암이 가미된 케이스 디자인. 더 깊이 들어가면 통풍구와 케이블의 색상, 포트와 슬롯의 규격까지 모두 제한하는 엄격한 언어였다.
에슬링어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로 대표하는 독일식 기능주의적 디자인의 시대를 끝내고 감성과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는 새로운 디자인 시대를 열었다. 이를 요약하자면 "형태는 감정을 따른다(Form Follows Emotion)"라는 새로운 디자인 철학이다. 그리고 이 디자인 철학은 전세계 PC의 색깔을 바꾸고, 제품 디자인에 큰 영향을 끼친다.
매킨토시 파워북 100 (1991)
(사진 출처: 위키백과)
파워북은 애플이 만든 노트북으로 지금의 노트북 모양을 정립한 제품이다. 파워북은 최초로 포인팅 기기(트랙볼)를 키보드 아래에 배치시켰고, 키보드를 칠 때 손바닥을 놓을 수 있는 팜레스트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노트북 디자인은 2015년에 출시된 최신형 맥북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트랙볼이 트랙패드로 바뀐 것이 그나마 제일 큰 차이점이다.
여기서 재밌는 사실 하나. 1996년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주인공이 외계인 모선에 바이러스를 업로드시켜 끔살시키는 노트북이 바로 파워북이었다. (정확한 모델명은 ‘파워북 XXXX’로, 영화용 소품으로 나온 특별 프로토타입이었다)
아이맥 (1998)
(사진 출처: theapplecomputer.wordpress.com)
아이맥은 스티브 잡스의 화려한 복귀를 알린 제품으로, 여러모로 지금 맥 라인업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제품이다. 아이맥은 잡스가 프로용과 소비자용, 데스크톱과 노트북용으로 크게 간소화한 맥 라인업의 첫 번째 제품이었다. 이 맥 라인업은 데스크톱에 더 저렴한 맥 미니가 추가되고, 노트북 라인에 스페셜 모델인 12인치 맥북이 추가된 것을 제외하면 대체로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아이맥은 잡스와 조니 아이브가 처음으로 같이 디자인한 제품이기도 하다. 잡스는 원래 아이맥의 디자인을 외부에 맡기려 했는데, 아이브를 한 번 보고난 후 바로 그에게 디자인을 맡겼다고 한다. 투명한 형형색색의 이 플라스틱 케이스 디자인은 PC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디자인이었으며 맥을 몰라도 디자인 때문에 구입했다는 사람이 속출했을 정도로 매력적인 디자인이었다. 이후에 잡스는 아이브의 디자인 팀에 다른 컴퓨터 제조사에서는 보기 힘든 엄청난 권한을 줬으며, 디자인이 우선되는 애플의 독특한 제품 개발 프로세스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OS X (2001)
맥 OS X 10.0 (사진 출처: 위키백과)
1997년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회사 넥스트(NeXT)를 사들인다. 잡스를 다시 데려오는 목적도 있었지만, 당시 노후화되고 있던 맥 OS를 교체하기 위해서였다. 잡스와 넥스트 팀은 이후 4년 간의 작업과 베타 테스트 끝에 맥 OS X을 2001년에 내놓았다. OS X은 기존의 맥 OS와 완전히 다른 운영체제였기에 개발자들도 OS X을 제대로 지원하려면 앱을 다시 써야 했을 정도로 쉽지 않은 플랫폼 이주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이후 OS X은 15년 동안 맥 라인업이 계속 발전될 수 있는 기틀이 되었다. 거기에 아이폰의 iOS나 애플 워치의 워치OS, 애플 TV의 tvOS 등 지금 애플의 거의 모든 제품의 운영체제들은 모두 OS X이 기반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이팟 나노 (2005)
일반 청바지 주머니 위의 더 작은 주머니에서 아이팟 나노를 꺼내는 스티브 잡스.
(사진 출처: CNET)
아이팟이 처음 탄생한 것은 2001년이지만 첫 2년은 부진했다. 2003년, 아이튠즈를 윈도우에서도 지원하기 시작하며 서서히 기지개를 폈고, 2004년 아이팟 미니는 대히트를 쳤다. 그리고, 운명의 2005년, 스티브 잡스는 청바지 주머니 위에 있는 작은 주머니에서 6.9mm짜리 아이팟 나노를 꺼냈다. 이 역사적 퍼포먼스는 스티브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을 전설로 만들었고, 아이팟 시리즈가 전세계 MP3 플레이어 산업을 완전히 끝장내는 시작점이 됐다.
당시의 아이팟이나 다른 대용량 MP3 플레이어가 하드 디스크를 썼던 것과 달리, 나노는 최대 4GB의 대용량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해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하드 디스크보다 전력 소모가 낮은 덕분에 배터리 크기도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에 비하면 여전히 비쌌던 플래시 메모리를 대량으로 구매해 단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4GB 모델을 $249에 내놓아 경쟁제품들의 씨를 말려버렸다. 물론 이전에도 아이팟의 판매량은 많았지만, 나노를 기점으로 아이팟에 도전할 MP3 플레이어는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이팟 나노는 애플이 처음으로 대량 생산 제품에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한 케이스였다. (최초의 플래시 메모리 제품은 아이팟 셔플이었다) 애플은 아이팟 나노를 통해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하는 기술을 차곡차곡 쌓아갔고, 여기서 얻은 노하우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뿐만 아니라 커스텀 설계된 SSD를 쓰기 시작한 맥에도 큰 도움이 됐다.
맥북 프로 (2006)
(사진 출처: 애플)
2005년에 스티브 잡스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충격 발표를 한다. 기존의 파워PC 프로세서 아키텍처를 쓰고 있던 맥을 모두 인텔 프로세서로 이주한다는 것이었다. 파워PC가 성능에서나 전력 효율에서나 인텔보다 뒤처지고 있는 데다가, 더 이상의 발전이 어렵다는 예측 때문에 루머는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애플로서도 모든 맥 라인업을 바꿔야 하는 등 엄청난 자원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이주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맥을 거의 못 팔 것이 뻔했기에 사람들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잡스는 이후에 아이팟에서 나오는 매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회고했다)
이듬해 1월, 맥월드에서 잡스는 처음으로 인텔 코어 2 듀오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을 발표했다. 파워PC를 사용한다는 의미를 지녔던 ‘파워북’을 버리고, ‘맥북 프로’로 이름을 바꿨다. 맥북 프로는 인텔 프로세서뿐만 아니라 지금의 맥북 라인이 모두 가지고 있는 기능을 처음으로 탑재했는데, 화면 위에 있는 ‘아이사이트(iSight)’ 카메라(지금은 페이스타임 카메라로 바뀌었다.)와 자석으로 연결돼 누가 전원 코드에 걸려도 노트북 전체가 날아가지 않는 ‘매그세이프(MagSafe)’ 충전 기능이 적용됐다.
인텔 프로세서로 이주하는 것은 애플로서는 맥의 판매량을 더욱 확대할 수 있게 해주었다. 마침내 윈도우와 같은 CPU 아키텍처를 쓰게 되면서 맥에 윈도우를 설치하는 것(부트 캠프)도 가능해졌다.
맥북 에어 (2008)
서류 봉투에서 맥북 에어를 꺼내는 스티브 잡스.
(맥월드 2008 이벤트 캡처)
맥북에어 프레젠테이션 풀영상(한글자막)
(영상출처:유튜브)
2008년 1월, 맥월드에서 스티브 잡스는 새로운 노트북을 선보이겠다며 서류 봉투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맥북 에어를 꺼내들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유니바디 조립 공정 영상.
(영상 출처: 유튜브)
맥북 에어는 가장 두꺼운 부분이 19.3mm로, 당시 가장 얇은 맥북이었던 맥북 프로의 3/4였다. 가장 얇은 부분은 4mm가 조금 넘었다. 이렇게 얇은 맥북을 만들기 위해, 애플은 노트북의 구조를 지지하는 뼈대의 공정을 완전히 다시 생각해야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유니바디 공법이었다. 한 장의 통짜 알루미늄을 깎아서 하나의 견고한 구조 부품을 만드는 공법으로, 뼈대를 구성하는 데 들어가는 부품의 수를 확 줄이고, 각각의 부품을 더 얇고 가볍지만 더욱 견고하게 만들 수 있었다. 또한, 최첨단 무선 기술을 모두 때려 박은 노트북이기도 했다. 자체 광학 드라이브가 빠졌고(대신 네트워크 내의 다른 컴퓨터의 광학 드라이브를 이용해 앱을 설치했다.), 당시에는 흔했던 이더넷 포트도 빠졌다.
맥북 에어는 지금의 맥북 라인에 도입된 기능들을 미리 선보였다. 맥북 프로도 그 해에 유니바디 공법을 활용한 새로운 디자인으로 갈아탔고, 4년 뒤에는 역시 광학 드라이브와 이더넷 포트가 빠졌다. 애플의 주요 라인업들은 맥북 에어 이후로 유니바디 형태로 바뀌어져 갔다. 맥북 에어 이후에 유니바디 제품의 비중을 크게 늘린다.
아이폰 3G (2008)
아이폰 3G는 앱 스토어를 지원한 첫 아이폰이었다.
(사진 출처: 애플)
2007년에 출시된 아이폰은 타임지에서 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하는 등 많은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러나 다음 해에 발매된 아이폰 3G는 단순히 화제의 제품이 아니라, 애플 현 매출의 2/3 이상인 지금의 아이폰이 있게 해준 계기가 됐다.
아이폰 3G가 성공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 번째로는 1세대에 탑재되지 않았던 3G 통신 기능을 넣은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앱 스토어였다. 잡스의 고집 때문에 1세대 아이폰에는 앱 스토어가 들어가지 않았지만, 경영진과 이사회의 설득으로 3G부터는 애플 외의 개발자들이 아이폰 앱을 개발해 올릴 수 있고, 사용자들이 내려받도록 하는 앱 스토어를 넣었다. 앱 스토어는 당시에 아이폰은 다른 스마트폰에게서 차별화시킬 수 있는 무기가 됐고, 아이폰의 판매량은 지붕을 뚫어버렸다.
아이폰 4 (2010)
(사진 출처: 애플)
4세대 아이폰인 아이폰 4는 많은 골수 아이폰 사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디자인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아이폰 4가 특별한 것은 바로 고해상도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처음으로 탑재한 기기였기 때문이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화면 크기는 그대로 유지하고, 해상도를 가로와 세로를 두 배씩 키웠다. 기존 디스플레이와 비교해 UI의 크기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같은 요소를 구현하는데 네 배 더 큰 해상도를 사용하는 것과 같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가 매우 선명하게 보였다. 처음으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경험했을 때는 정말 “눈을 버렸다”라는 기분이 들 정도로 선명했던 기억이 난다.
애플은 이후 5년 동안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아이패드와 맥북 프로, 아이맥으로 확장하면서 화면이 달린 기기 전부에 넣었다.
아이팟 나노 (6세대) (2010)
(사진 출처: 애플)
이 제품이 애플의 역사에서는 사실 중요한 제품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애플워치보다 오히려 중요한 기기로 아아팟 나노 6세대롤 꼽고 싶다. 아이팟 나노의 6세대 모델은 2010년에 발표됐는데, 아이팟의 특징인 클릭 휠을 없애버리고 터치스크린을 채용했다. 클릭 휠이 없어지면서 부피가 획기적으로 줄었고, 뒤에는 클립이 달려서 운동할 때 암밴드가 필요 없어졌다.
(사진 출처: B&H Photo)
하지만 아이팟 나노가 의외의 인기를 끈 이유는 손목시계 대용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나노를 발표했을 때 “사외이사 중 한 사람은 손목시계처럼 차고 다니고 싶다고 했다”라고 언급했었는데, 그 말이 나오자마자 다양한 시곗줄 액세서리가 쏟아져 나왔다. 나노를 시계로 차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지금의 애플 워치와 놀랍도록 흡사하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애플워치는 아이팟 나노의 시계 에디션에 불과하다.
[출처] http://thegear.co.kr/11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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